Lethe Note 01

정말 나는 잊힐 권리를 가지고 있는가.

문득 든 생각에 계정을 삭제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긴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7

소요 시간

5

주고받은 이메일

확인
불가

삭제 여부 불명

처음에는 단순한 일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계정을 찾고, 탈퇴하고, 개인정보 삭제 요청을 하면 끝날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1. 1답장을 기다리고,
  2. 2다시 메일을 보내고,
  3. 3또 기다리는 시간이 반복되었습니다.
  4. 4최종적으로는 17일이 걸렸습니다.

더욱 씁쓸한 점은, 정말 삭제되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계정이 성공적으로 탈퇴되었다'라는 문장을 받았지만, 저는 그 말을 믿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이토록 2주일이 넘는 시간 동안, 머릿속으로는 하나의 생각이 스쳐가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우리는 잊힐 권리를 가지고 있는가?"

잠시 시간을 내어 검색해보니, 각 사이트에서 마련하는 개인정보처리방침, 그리고 일반정보보호규정 GDPR 등 여러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여정에서는 개인정보와 보호 사이의 거리는 참으로 멀다고만 느껴졌습니다.

애초에 내가 개인 정보를 준 순간부터, '소중한 내 정보'라는 개념은 시간의 지평선 너머로 사라져버린 게 아닐까 하고요.

조금은 무섭고, 어딘가 불편한 주제입니다.

저를 포함한 대부분은, 그저 그런 장치들이 있으니 소중한 내 정보도 잘 보호받고 있겠지라는 '믿음'으로 지금까지 지내왔으니까요.

하지만 '정말 그런가?'라는 의문에서 시작한 계정 삭제 실험은, 안타깝게도 사실 이 모든 게 허상일지도 모른다는 경각심으로 이어졌습니다.

그 이후로도 실험을 진행했고, 상당히 신뢰하고 있었던 한 대기업으로부터는 개인정보 열람을 요청했지만...

약 3주가 지난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열람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즈음에서 제가 도달한 결론은 이렇습니다.

분명 권리는 존재합니다.

하지만...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무엇을 요청해야 하는지, 누구에게 요청해야 하는지, 어떤 절차를 따라야 하는지 모른다면 성공적으로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까진 참으로 어려울 것입니다.

마치 법정에서의 일들이 그러합니다.

나를 보호해줄 법, 이 억울함을 풀어줄 법이 있더라도...

이 마음을 주장해줄 변호사가 없다면 말할 수 없는 것처럼요.

목소리도, 의지도 있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르면, 법정 언어와 절차를 모르면 우리는 그저 억울한 사람으로만 남습니다.

세상이 많이 발전한다면 언젠가 이런 고민을 할 필요도 없는 순간이 올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현재와 미래 사이의 과도기에 살아가는 우리는 여전히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소중한 나 자신을 위하여.

Lethe
다음 노트에서는

기존 개인정보 보호 서비스가 존재함에도, 왜 저는 밤을 새며 직접 계정을 찾고 삭제하고 있었을까요.

Data Broker Problem에서 Account Discovery Problem으로.

당신의 경험도 Lethe의 첫 흐름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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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30분 소요.